하고자 맘만 먹으면 뭐든지 열심히 해서 성공할 수 있다는 열정과 일단 한번 해보자는 도전정신으로 넘쳐 흐르던(?) 몇년 전 대학생 시절 어느 날.
(따지시면 곤란합니다. 지금에 비하면 그때 그랬더란 이야기입니다....-.-)

교회에서의 모임을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가는 중에 올려다본 밤 하늘은 반짝이는 몇개의 별을 제외하고는 온통 어두움에 둘러쌓여 있었다.

군데군데 켜져 있던 가로등 불빛 아래 교정의 Endless Road도 어두웠다.

자전거를 타고 가며 그 때 문득 들었던 생각. 지독한 외로움이었다.

아마 그날의 어두운 밤 하늘 기억은 내 마음의 반영이었으리라.

여기저기 손에 손을 잡고 학교 근처의 시내로 나가는 캠퍼스 커플들의 모습이 그날 따라 왜 그렇게 멋있게 보였는지..

'나도 내 자전거 뒤에 사랑하는 이를 태우고 교정을 거닐 수 있다면...'

그러나 당시 교회에서의 이성교제를 금기시하던 분위기와 현실적, 금전적으로 여유가 없었던 나에게는 꿈과 같은 이야기였다.

지금의 내 모습을 보면 못 믿으실지 몰라도, 당시 남들 앞에 나서서 뭔가를 한다는 것 자체를 싫어했던 내성적인 내가 마음에 드는 아가씨 앞에 나서서 교제하자고 말할 용기도 전혀 없었지만....

기숙사로 돌아가며 그 때 다음과 같은 생각을 했었다.

내 생에 연애는 한번으로 족하다.

어쩌면 그 순간을 이겨내기 위한 자기 위안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때의 그 생각이 지금까지 살아오며 맺어온 수많은 인간관계들 속에서 뭇 여성들을 대하는 제 삶의 기준이 되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이 사람이 내 인연일까?' 라는 생각을 갖고 사람을 만난 것은 아니지만, 혼자서 고민하고 기도하다가 인연이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기도제목을 나누고 서로 중보하는 관계로 바로 돌아갈 수 있었던 것은 기본적으로 갖고 있었던 생각이 바로 이와 같았기 때문일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고 서로 부대끼며 사람과 세상에 대해서 배웠고, 나서서 찾지 않으면 결코 자신의 몫을 찾을 수 없는 세상의 삶을 통해서 매사에 자신없고, 나서기 싫어하는 나 자신의 결점을 조금씩 조금씩 극복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나와 알고 지내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두 나에게는 조금씩 가르침을 베푼 삶의 스승들임에 틀림없다.
그들이 따뜻한 환대가 없었다면 아마도 뒤에 숨어 있기를 잘했던 내가 세상에서 함께 어울리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했을 것이다.

(안 믿기십니까? 처음에 너무 세상물정을 몰라서 그때 생긴 제 별명이 철진입니다.-.ㅜ
당시 간첩 이철진이라는 영화가 유명했었죠? 푸흐흐흐.)

그런 와중에 나 자신 또한 인간이고 나이가 들어 가기에, 과연 하나님께서 맺어주시는 인연이 어디에 있을까 많이 고민하고 기도했다.

과연 자신과 평생을 함께 할 인연을 찾음에 있어서 어느 정도까지가 순수한 것일까?

나 자신 배우자 될 사람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저 신앙이 같고, 내가 힘들어 지쳐 있을 때 따뜻하게 안아주고,
앞으로 나 살아가며 이루고 싶은 비전을 함께 이뤄갈 수만 있다면 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리 내가 이런 기준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내 주관적인 것이기에 다른 사람들과는 많이 달랐나 보다.

때로는 사랑이 넘치는 따뜻한 심성의 소유자이고
평생을 함께 비전을 이뤄갈 수 있겠다 싶은 사람이 나와는 종교가 다른 사람일 때도 있었고, 종교도 같고 사랑도 넘치고 비전도 함께 할 수 있겠다 싶은 사람은 정작 나 자신을 별로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경우도 있었다.

아무리 내가 원하고, 아무리 내가 보기에 상대방이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을 하더라도, 서로간의 코드와 기호가 맞아야 하고, 서로간의 감정을 공유해야 하기에, 평생을 함께 할 사람은 쉽게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렇게 인연을 찾는다고 하는 중에 시간이 흘러흘러 어느 덧 몇년이 지났을 때, 주변에서는 나에게 서서히 스트레스를 주기 시작했다.

그동안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서 결혼 적령기에 이른 청춘남녀들이 명절 때 고향에 내려가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기는 했지만, 정작 내가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었다.

특이하다 여기실지 모르지만, 누군가의 소개를 통해서 연애를 목적으로 만남을 갖는 것이 나는 너무나 싫었다.

내가 세상 살아가며 자연스럽게 만나고 어울리는 사람들 중에서 연애 상대자를 찾고 싶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자를 이미 내 주변에 보내셨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군가를 소개시켜 줄 테니 얼른 연애를 하라는 권유를 듣는 것은 - 비록 나를 사랑하셔서 그런 말씀을 하신 것을 내가 누구보다도 잘 안다고 할지라도 - 나에게는 큰 부담이었다.

결국 주변에서의 권유를 이기지 못하고 2004년 12월 말까지만 제 주변에서 내가 직접 찾아보고 그래도 못 만나게 된다면 말씀하신 분들이 만나보라고 하는 사람들을 만나보겠다고 약속까지 하게 되었다.

결혼 적령기에 가족들이나 아는 사람들에게 시달리는 수많은 이땅의 열혈 청춘 남녀분들의 심정에 절대적으로 동감할 수 있었다. 흑흑흑.

그 뒤부터 나는 발등이 불이 떨어진 심정으로 내 주변 사람들을 놓고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그러나 마음의 여유를 갖고 살면서 찾아도 나타나지 않은 인연인데 조급한 심정으로 찾는다고 나타날까?

이래저래 주변에서는 스트레스 받고, 마음먹고 기도했던 사람에 대해서 결국 이 사람이 아닌가벼라는 결론을 내리고는 고민할 때가 많았다.

이 쓰라린 가슴을 누가 알 것인가?
아픈 가슴을 안고 잠못이루는 밤에 침대에 누워서 무협소설을 읽는 기분. 아무도 모를 것이다.

글을 읽다보면 고민이고 뭐고 다 없어져버리고 책에 푹 빠져 황홀감에 젖어 희죽거리게 되는 그 기분을 누가 알겠는가?
(어라. 이게 아닌데..-.-)

하여튼 정말이지..
인연을 찾는 것은 사람을 찾아 삼만리나 되는 길을 걸어가는 것과도 같은 심정이었다.(-.-)
받은 트랙백이 없고,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트랙백 RSS :: http://www.yongbi.net/rss/response/204

트랙백 주소 :: http://www.yongbi.net/trackback/204

트랙백 RSS :: http://www.yongbi.net/rss/trackback/204

댓글을 달아 주세요

댓글 RSS 주소 : http://www.yongbi.net/rss/comment/204
[로그인][오픈아이디란?]
오픈아이디로만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