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언제할 것이냐고 묻는 목사님의 질문에 대답할 말이 없었다.
내심 아무래도 마음먹은대로 되기는 틀린 것 같으니,

천천히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기로 결심하고서는
'의외로 주변 사람들이 제가 마음에 안드는지 배우자 찾기가 참으로 힘들군요.' 라고만 대답했다.

내가 배우자가 갖추었으면 하고 바랬던 것들이 너무 추상적인 것이었을까?
아니면 내 성격이나 조건이 너무 부족했던 것일까?
그럴수도 있겠다 싶었다. 나란 사람이 내세울 것이라고는 하나 없었으니까.

그런데 그때 들었다. '구윤희'라는 사람에 대해서.
지금까지는 홍보나 목사님이 이야기를 꺼내실 때마다 너무 부담스러워
'제가 찾아보겠습니다. 제 주변에서 찾겠습니다.' 라고 대답하며
말씀을 끝까지 하시기 전에 피했었는데 그날따라 심경이 변해서였을까?
누구를 말씀하실지 궁금했다.

결국 목사님이 하시는 말씀을 끝까지 듣고, 자매의 이름까지 들었다.
그리고서는 생전 처음 들어보는(?) 자매에 대한 엄청난 칭찬과 함께,
'며느리로 삼고 싶었을 만큼 참한 아가씨' 라고까지 하셨다.

으흐흠?
사실, 그 전까지는 '구윤희'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지나가다 몇번 보고,
간단한 인사 몇마디 나눈 것이 전부였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자신이 인사를 했는데,
내가 한번 쓰윽 쳐다보더니 너무 쌀쌀맞게 얼굴을 싹 돌리고서는,
인사도 안 받아주고 지나가더라...... 라고 윤희가 주장하는데,
그거야 나는 전혀 기억에 없으니 무적안면철판신공을 깔고 그런 일 없었다고 강력히 다시 한번 주장하는 바이다.

평소에도 윤희 말을 들으면 진담인지 농담인지 잘 구분이 안 가기 때문에,
내 지능지수가 한자리 수와 같다..라고 하기보다는 농담으로 치부하는게 내 정신건강에는 더 이로울지도.. 푸히히히히.

아무튼 목사님 말씀하신 윤희의 이름을 듣고 나서는
깊이 이야기를 나누었던 사이도 아니었고,
그렇게 자주 만났던 사이도 아니었지만,
이름을 듣는 순간 '두근' 하고 심장이 뛰었다.

솔직히 그런 내 마음의 반응이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한참을 윤희를 칭찬하고,
'용섭목자랑 윤희목자랑 결혼했으면 좋겠다'는 목사님께 일주일만 시간을 달라고,
기도해보고 알려드리겠다고 말씀드리고 그 순간을 벗어날 수 있었다.

(나중에 서울 코엑스에서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에 이 이야기를 했더니,
농담으로 들었는지 내 본래 심정을 이야기해 달라고 해서 정말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 대답으로 '내가 원래 좀 예뻐'라고 큰소리치는 것을 들었다..-.-..
뭐라고 하겠는가? '어..... 맞어..' 외에 다른 말 했다가는 나만 손해인 것을.. 흑.)

단순히 이성에 대한 소개를 받아서 그랬던 것일까?
아니면 내가 구윤희란 사람에 대해서 마음에 담아 두고 있었는가?
그것도 아니면 거기에 하나님의 뜻이 존재하는 것일까?

혼란스러웠다.
이성에 대한 소개를 받아서 그랬다고 하기에는
그동안 서울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을 듣고 얼굴을 보고
소개를 시켜주겠다고 말을 들었을 때 단지 부담만 되었던 것을 생각해 보면 무리가 있었다.

그렇다고 내가 구윤희란 사람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고 하기에는,
그 전까지는 기껏해야 구윤희라는 이름과 대학 출신,
중간에 독일에서 잠시 선교사님들과 지내다 왔다는 것 외에는 알고 있는 것이 없었다.

그럼, 이름을 듣는 당시에 있었던 내 마음의 반응.
거기에 하나님께서 두신 뜻이 있는 것일까?
많은 고민을 하며 바로 서울에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는 출발하기 얼마 전에 대학때 기숙사를 함께 사용했던
물리과 박사과정의 대학 동기를 만났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중에 서울에 도착해서 그 친구와 저녁을 함께 먹었다.
그리고서는 대전 어느 아가씨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어째서 그렇게 빨리 서울로 올라 갔냐고, 저녁이라도 같이 하지 그랬냐고...
그러면서 '구윤희'라는 사람이 같이 저녁을 먹자고 했는데,
서울에 가서 많이 아쉽다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사실 그 전에 내가 대전에 가게 되면 맛있는 거 사주겠다고 말하긴 했다.
싸이월드 미니홈피에서 이벤트에 당첨된 댓가로...^^..)

그러면서 조용히 묻는 것이 애인이 있냐고 묻는 것이 아닌가?
당연히 없다고 했다.
그런데 '구윤희'라는 사람이 나를 마음에 두고 있는 것 같던데,
나보고 구윤희를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순간 이상했다. 목사님과 이 아가씨가 서로 짰나?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별로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였다.
도대체 얼마나 알고 구윤희라는 사람은 나를 마음에 두고 있는 걸까?

(나중에 본인에게 직접 들었는데 절대 자신은 그런 적이 없다고,
그 아가씨의 오버액션이었단다.. 흥.. 그랬다고 하면 덧나냐? 흥흥.)

고민되고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서울에 올라왔는데,
올라오자마자 바로 이런 내용의 전화를 받다니....
그럼 바로 이게 하나님의 뜻인 걸까?
구윤희라는 사람이 정말로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나의 배우자인 걸까?

연말이 되기 전에 목사님께 답을 드리겠다고 했으니 시간이 빠듯했다.
충무로에서 프로젝트 진행으로 매일 밤 늦게 퇴근하며 정신없이 바쁜 중에 4일 동안 기도했다.

'과연 나에게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배우자라는 확신이 있는가.'
'단순히 인간적으로 이성에 대한 호기심에 불과한 것은 아닌가.'
'목사님께 이야기를 듣고, 바로 그런 전화를 받은 것에
하나님의 섭리의 손길이 있다고 봐야 하는가,
아니면 내가 혼자서 너무 깊은 의미를 두는 것인가.'

결국 하나님께서 인도하신 결과로 영접을 하기로 했다.
그때부터는 구윤희라는 사람의 마음을 내가 모르니 최악의 결과를 대비하기 시작했다.
행여나 구윤희 목자가 '난 저 사람이 싫어요'라고 거절을 하더라도,
이전의 여늬 관계들처럼 서로 중보하고
하나님앞에 한길을 가는 동역자로 돌아갈 수 있도록,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모든 결과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마음을 갖추도록 기도하며 준비했다.

그렇게 준비가 된 후, 목사님께 메일을 보냈다.

'이제 공을 구윤희 목자에게 넘기겠습니다.
구윤희 목자가 좋다고 한다면 만나보겠습니다.
설사 그렇지 않다고 할지라도 하나님의 뜻으로 영접할 준비가 되었으니 목사님께서 말씀 전해 주세요.'

'윤희 목자에게 말했더니 좋다고 해서 메일을 보내라고 했으니 메일 받은 후 교제를 하라'는 답장이 이틀 후에 왔다.

그런데.... 며칠을 기다려도 메일이 오기는 커녕 낌새조차 없었다.
그래서 '여기도 아닌게벼'라고 생각하려는데.....
전화가 왔다. 메일 보내라고 했지 전화하라고 했남? 흥.
아무튼.... 그동안 이론으로 쌓은 연애 9단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지 못했다.
사실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구체적인 내용은 별로 기억 안 난다.

그렇게 그렇게 나와 구윤희의 연애는 시작이 되었다.
대전에 가서 만나고, 서울에 와서 만나고.....
친구들 몇명에게 바로 소개시키고,
영화도 보러 가고, 뮤지컬도 보러 가고,
공원 산책도 하고, 차 마시며 여러 가지 이야기도 하고.....
서울에서는 전혀 어색함없이 팔장끼고 돌아댕기고..

(사실 이런 면에 있어서는 여자가 더 용감한가 보다.
이론으로만 연애 9단이었던 나는 매 순간... 끌려 다녔다. 케헬~~)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인연이라면 한가지 일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때가 되면 여러가지 상황이 중첩되는 것 같다.

구윤희라는 이름을 듣고 내 심장이 뛰던 것과,
구윤희라는 사람이 나를 마음에 두고 있었던 것을 알게 된 것.
목사님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었던 것과,
대전 교회 사무 목자로부터 전화를 통해서 들었던 것.

모두 그날 하루 동안에 연이어서 일어난 일이었다.
그리고 전혀 어색함없이 연인 사이가 된 것도..

나중에 본인에게 직접 들은 바에 의하면
자신 또래이거나 자신보다 나이 어린 사람들에게는
사람을 소개시켜 주면서 결혼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유독 구윤희 자신에게는 그 누구도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것으로 인해 '내가 눈이 너무 높아서일까?
아니면 아직 준비가 안되었다고 생각해서일까?..... 기타 등등'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어이, 이보슈. 바로 나를 만나기 위해서 그런 거야. 캬하하하하.

생각해 보면 연인이 되어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한 10여년은 만난 것 같았다.
(이게 좋은 것일까?-.-.. '우린 벌써 권태기야' 라며 서로 마주보고 낄낄거렸던 우리가 약간 철이 없었던 걸까?ㅜ.ㅜ)

이렇게... 정용섭과 구윤희는 연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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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제가 어떻게 구윤희라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는지,
저에게 어떤 마음의 변화가 있었는지에 대해서 적어보았네요. 푸흐흐.

이 모든 것을 하나님께서 인도하신 결과라고 생각하기에
지금은 어떤 의심도 불안도 없습니다.^^..

때가 되었으니 만나게 된 것이고,
때가 되었으니 제 앞에 나타나게 하신 것이겠지요.
그러고보면, 자신의 인연은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어요.

그동안 제가 대전 교회에서 몇년 간 마주치면서도
잘 몰랐고,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구윤희라는 사람이 제 배우자로 나타날 줄 어찌 알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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