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신(新) 맞고.

Diaries/연애일기 2009/11/17 09:38 용비
이 이야기는 절대로 요즘 유행하는 재미있는 새로운 고스톱 게임 이야기가 아니다.
제목을 보고 그런 생각을 한 사람들이 있다면,
당신은 참..... 시대를 앞서가는 센스가 있다....
(그렇다... 나 용비도 사실 고스톱 생각이 난다.. 우키키키킥.)

물론 용비가 고스톱 게임을 재미있어 하기는 하지만,
일상 생활을 고스톱 게임에 대비시킬 만큼 도박을 좋아하...한다.

험험. 아무튼 이 이야기는 '신세대 윤희 여사에게 용비는 얻어맞고, 욕 먹다' 라는 말의 준 말이 바로 "신 맞고"라는 제목의 본래 뜻이다.

자, 그럼 요번 이야기를 풀어 보도록 하자.

2005년. 02월 27일.

이 날은 같이 저녁을 먹기로 약속하고나서, 구윤희 여사께서 처음으로 나를 만나러 황송하옵게도 대전 동부 고속터미널로 납신 날이다.

밤 7시가 조금 못된 시각. 대전 교차로 5층(확실하지 않다.)에 있는, 우리가 프로젝트 기간 동안 임시 사무실로 사용하는 양재헌은 퇴근 준비를 하는 용비의 분주한 손길로 인해 약간은 소란스러웠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 일하는데 아무 말 없이 혼자 갈 수 없었던 용비는 사장님과 부장님을 비롯하여 같이 일하던 사람들에게 말했다.

"저, 윤희랑 저녁 약속 있어요. 먼저 나갈깨요."

"어라? 어디서 저녁 먹기로 했는데?"

'제가 공주로 가야해요...'라는 거짓말을 할 수 없었던 용비는 역시 사실대로 말하고야 말았다.

"지금 윤희가 터미널 앞의 피자 헛에서 기다린다는데요..."

갑자기 사무실이 분주하다 못해 소란스러워졌다.

"야, 우리 다 오늘은 이만 퇴근하고 저녁 먹으러 가자."

결국 저녁 맛있는 거 사줄테니 같이 가자는 사장님의 한마디 호기로운 말에, 어차피 언젠가 사무실 사람들에게 인사를 시켜야할테니 이 참에 그런 셈 치자는 순진한 생각을 하고야 만 용비였다.

거기다가 이왕이면 윤희를 놀래켜서 예기치 못한 기쁨을 주고자 사무실 사람들과 함께 간다는 것은 윤희에게 비밀로 한 채. 얼마나 순수하고도 순진한 발상이던가!!

사무실 영업용 자가용인 카니발 세컨드를 몰고서는 피자 헛 앞으로 갔다. 그리고는 한쪽 길 모퉁이에 차를 세우고 가볍게 윤희에게 다가가서 저녁 먹으러 가자고 얘기하고는 차 있는 곳으로 자연스럽게 걸어 가다가.... 허벌나게 욕 먹었다.

아무래도 용비의 작전 미스였다. 그냥 차 앞으로 모른 척 걸어가서 마치 거기서 사무실 사람들이 탄 차량을 처음 발견한 것처럼 미친 척 호들갑을 떨어볼 것을... 괜히 '사무실 사람들이랑 같이 자녁 먹으려고 같이 왔어'라고 한마디 했다가.... 크흑...-.-

그날 윤희 여사가 바락바락 하던 얘기의 골자는 이것이었다.
"미리 말이라도 했으면 옷도 멋진 거 입고 오고, 화장도 멋있게 하고, 어쩌고 저쩌고... 했을 텐데" 결국 내가 아무 말도 없이 사무실 사람들 데려 오는 바람에 미운 모습을 보이게 됐다는 거다.

말을 듣고 보니 속이 상했다. 아니, 그럼 나 만날 때는 땟국물이 흐르는 꽤재재한 모습으로, 입고 자던 몸빼를 입고 나와도 된다는 뜻일까? '지금 니 모습도 내 눈에는 이뻐 보이는 구만! 뭘 더 꾸며?'라는 말을 속으로 삼킨 채 - 사실 말을 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데, 우쨌든 당시 분위기 상으로는 내가 입 열었다가는 얻어 맞을 분위기였다. - 덩치 좋고 힘 좋은 윤희 여사에게 끌려가길 10여미터. (과장이 약간.. 아니 좀 많이 섞였지만, 솔직히 너무 불쌍한 용비다. 힘으로도 윤희여사한테 이기지 못하니 앞으로 우째 살지 걱정된다.)

차량 안에서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고 있던 동료들 중에서 강력한 구원군이 등장했다. 이름하여... 사장님. 사장님과 내가 양 옆에서 끌어서야 겨우 못 이긴 척 차량에 탄 자랑스런 구윤희 여사. 차에 탄 뒤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다소곳했다. 썩을. (사실 사장님이 조금만 늦게 나왔다면 용비는 그 자리에서 한대 얻어 맞았을 꺼다. 꺼이꺼이. 아마 이 글 읽고서는 분명히 그럴 것이다. - 내가 언제! 나 기억 안나. 그러니 그 말은 다 거짓말이야!! 흥.)

차를 타고 우리는 유성으로 왔다. 순전히 윤희 여사 집이 가깝다는 말에. 유성에서 먹을 곳을 못 찾은 탓에 둔산까지 갔다. 정부 청사 근처의 철판구이인지 철판 볶음인지 아무튼 이름은 기억이 안 나는 음식점에 들어가서 먹고 싶은 것은 뭐든지 시키라고, 우리 용감한 사장님은... 당연히 구윤희 여사보고 말했다. 불쌍한 용비는 평소에 그런 말 듣고 싶어도 들을 기회가 없었다. 크흑.

저녁을 맛있게 먹고 - 뭐 먹었는지는 기억 안난다. 뭐라지 마시길! 벌써 6개월 전 이야기라우(-.-) - 사무실 사람들은 차를 타고 동부 비래동에 있는 우리들의 숙소를 향할 찰나, 차에 오르려는 용비의 뒤에서 옷길을 슬며시 잡아 당긴 우리의 윤희 여사. 눈치를 줬다. 그래서 용비는 말했다.

"저는 조금 더 있다 갈께요. 먼저 가세요."

사람들은 이해를 한다는 표정 반, 부럽다는 표정 반의 반, 대견하다는 표정(?) 반의 반으로 - 그 이유는... 그동안 용비가 '밤중에 좀 놀다 들어간다'는 얘기를 할 때의 동반자는 모두 남자였기 때문이다.. 어헝~ - 용비를 쳐다보고는 즐겁게 놀라는 한마디 던지고 차를 몰고 휑하니 사라져 버렸다.

용비는 아까 터미널 앞에서의 그 격렬했던(?) 분위기를 잊지 못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디 가게?"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운 윤희 여사는 바로 대답을 했다. 무릎으로 갸날픈(?) 용비의 옆구리를 찍으면서. "당연하지. 그럼 그냥 갈라고 그랬어?" 용비한테 때릴 곳이 어디 있다고, 그 튼튼한 무릎으로 야들야들한 옆구리를 찍었을까. 흑흑. 사실은 안 아펐다.

영화를 볼까, 뭘 할까 이야기 하는 도중에 윤희 여사가 제안을 했다. "우리 맥주 한잔 하자." 물론 순진했던 용비는 당연히... 찬성했다. 안 그랬음 반대쪽 옆구리도 무릎에 찍혔을지도...

용비는 취해서 헤롱거리는데 자랑스럽고, 사랑스럽고, 우람튼튼한 윤희 여사는 멀쩡했다. 그래놓고 나중에 물어보니 기억 안난다고 했다. 사실 용비가 말을 재미있게, 마치 소설처럼 잘 하긴 한다. 캬캬캬캬.

대전 동부 고속터미널 앞에서 욕 먹고, 유성 고기집 앞에서는 얻어 맞고.... 천상천하유아독존천하무적우람튼튼 구윤희 여사앞에서는... 용비는 몸 사려야 한다. 아마 이런 사정은.... 의외로 아는 사람들이 많은 거 같다. 벌써부터 꽉 잡혀 산다는 얘길 주변에서 많이 하는 걸 보니. 에휴. 용비 성질 다 어데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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