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로 약국에서 파는 그런 '약품'이 아닙니다.

유사품에 주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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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린 수필이 하나 기억납니다.


다름 아닌, 박문하 선생님의 "약손"


의사의 직분을 감당하시는 박문하 선생님은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아픈 사람을 향한 무엇인가가 결여된 화학약품 냄새가 나는 손'

이라고 하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면서 전문적인 지식이나 의약품 같은 것은 없었어도

주름진 손으로 아프다는 손자의 배를 살살 어루만져 주시면

아픈 것이 씻은 듯 사라지고 편히 잘 수 있었다는

할머니의 사랑이 가득 담긴 섬세한 손을 말씀하셨었지요.


그래서 할머니의 손은 약손이라는 글을 읽으면서

어린 나이에 할머니와 부모님의 따뜻한 사랑이 담긴 손길을

많이 부러워하기도 하고 그리워하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오늘 얘기는 비록 그 할머니의 약손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우리 마님에게 있어서는 제 품안이 그와 비견되지 않을까...

감히 생각하며 히죽거렸던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낄낄낄.


며칠 전, 사무실에서 퇴근하면서 프린터에 문서를 하나 걸었습니다.

그동안 '공부해야지' 생각만 하고

열심히 컴퓨터 한쪽 구석에 모아놓기만 했었는데

이래서는 안되겠다 생각하고 모아 놓은 것 중에 하나인

미국 드라마 대본을  인쇄했습니다.


일단 MP3로 음성을 들으면서 대본을 봤더니 어찌나 빠르던지.

대사를 쫓아가다가 눈알 돌아가는 줄 알았습니다.


퇴근 후 대전 내려가는 버스 안에서 음성으로 한번 듣고,

대본을 확인하면서 한번 들었더니 한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습니다. 시간이 의외로 많이 걸리더군요. 멀미도 하고.-.-


사실 공부하려고 시작했는데 드라마가 너무 재미있어서..

결국 자막까지 구했습니다...ㅜ.ㅜ

이거 드라마 보다가 날 새고 공부 못하면 안되는뎅.. 으흑.


어.. 험험.. 어쨌거나 그날 퇴근한 후에 모르는 단어나 숙어가 있어서 서재에서 열심히 단어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밑줄 쫘아악.... 그어가면서 메모를 했죠. 아, 이 뜨거운 학구열이여~~~


그런데 안방에서 자고 있던 우리 마님.

제가 퇴근한 소리에 잠은 깼는데,

방에 안 들어오니 신경 쓰여 잠을 쉽게 못이루었나 봅니다.

몇번을 잠에서 깨서 왔다갔다 하더군요.


한참 정리하다가 12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자려고 안방에 들어갔습니다. 침대에 누웠더니 옆에서 마님이 잠못 이루고 끙끙대고 있었습니다.


어디 몸이 안 좋은가 싶었는데,

제가 옆으로 달라붙었더니 귀찮은 듯한 몸짓을 하는 걸 봐서는...

아무래도 제가 퇴근하자마자 마님 옆에서

일찍 잠자리에 들지 않았던 게 불만이었던 것 같았습니다.

이래저래 신경쓰느라고 그랬겠죠. 푸흐흐흐흐.


잠못 이루며 몸을 뒤척이는 걸 보니 심기가 불편한 것이 원인일 것 같아서 뿌리치고 귀찮아 해도 옆에서 열심히 사전 공작(?)을 했습니다.


"이리와. 내가 안아줄께."

"아 귀찮아!"

"아잉. 한번만 안아보자."

........


결국 못이기는 척 제 품에 안기는 마님을 보니...

'어이구, 이 귀여운 것.' 절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웃음이 나왔지만 웃지 못했습니다.

웃다가 들키면 수습 곤란합니다..-.-


품에 안고 제 팔을 베개로 삼아 5분 정도 있었을까요?

옆에서 오토바이 굴러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음. 오토바이는 조금 심했고, 아마도 스쿠터 정도는 됐겠네요.


'도로로로로롱~~~'

'도로로로로...커커컥.. 로로로로롱.....'


어떻습니까.

불면증에 잠못 이루는 우리 마님을 품에 안고,

팔베개 해 준 다음 몇번 쓰다듬어 주면 바로 불면증이 없어지는데...


이만하면 제 손이 약손은 아닐지라도,

최소한 우리 마님한테 제 품은 약품(화학약품 아니에요..-.-)이 아닐까요? 푸캬캬캬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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