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남편들이여, 때로는 머리를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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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바로 조금 전에 있었던 따끈따끈한 이야기를 하나 하고자 합니다. 그 하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부제"에 있는 것과 같고, 우려되는 바가 있다면 바로 제목에 적힌 바와 같습니다.


즉,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 세상에서 남편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모든 남성들이여, 우리도 머리를 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시다' 라는 것이고, 우려되는 바는 '우리 마님이 내일 당장이라도 이 글을 볼텐데 나중에 너무 귀엽다고 제 머리를 쓰다듬어 주지는 않을지' 염려가 된다는 말이죠.


참고로, 우리 마님은 저보다 파워가 셉니다. 글 읽으시는 분들. 상상은 누구도 막을 수 없습니다. 제가 한 말이 무슨 뜻일지 상상(?)은 자유롭게 하소서.


우리말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글임과 동시에 가장 어려운 언어라고 감히, 저 혼자서라도, 강력하게 주장하고 싶습니다. 과학 분야를 전공한 저는 한마디로 '최고로 과.학.적.인 글' 이라고 말하고 싶네요.


아마 가장 어려운 언어로 여겨지는 여러 이유들 중에 하나가 한 문장이나 단어가 여러 가지 상황으로 해석될 수 있는 중의적인 언어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제가 갑자기 한글 예찬론을 펼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도 두 가지 뜻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설이 길었는데 이제 본격적인 이야기로 들어가 보도록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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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님, 이제 임신 3개월이 지났습니다.  요즘 입덧 때문에 난리도 아닙니다. 검색 엔진에서 주욱 찾아보니 입덧은 보통 12주까지 가장 심하고, 15주 정도 되면 자기도 모르게 없어지는 경우가 많다더군요.


오늘도 입덧으로 제대로 먹지를 못하고 있다가, 어렵사리 장모님께서 사랑으로 해주신 '멸치국물로 우러낸 국수'를 먹고는 안방 침대에 누웠습니다. 그런데 인상을 쓰더군요. 속이 울렁거려서 또 입덧을 할 것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한마디 했습니다.


"아까 글에서 봤잖아. 입덧한다고 자꾸 의식하고 신경쓰면 오히려 입덧을 더 한다고. 맘 편히 먹고 가만히 있어봐."


"아니, 몸이 힘든데 어떻게 맘 편히 먹고 신경을 안 써. 힘들어 죽겠는데!"


그래서 등을 살살 쓸어주면서 "마인드 컨트롤이 중요해. 마인드 컨트롤!"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실 마인드 컨트롤이 뭔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전 원래 이렇게 뜻을 알지도 못하는 유식한(?) 말을 잘 합니다. 저도 이렇게 상황에 그럴싸하게 어울리는 말을 하는 것이 참 신기해요.-.-


아무튼 일단 침대 머리 맡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으라고 하고서는 저는 옆에 드러누웠습니다. 조금 있더니 나중에 출산할 때를 대비해서 연습한다며 옆구리 쪽에 붙어 알랑 거리는 제 머리카락을 잡더니 계속 흔들어 댔습니다.-.-


순간 들었던 생각,


'아니 지금 이 마누라가 남편 머리 가지고 뭐 하는 거야?'


나 지금 화났어! 표정으로 마누라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봤습니다만, 아쉽게도 제가 안경을 벗어놓은 관계로 두루뭉실하게만 보였습니다. 제 표정의 약발이 제대로 먹혔는지 아닌지 도무지 알 수가 없더군요..-.ㅜ


그러다가 마누라가 손을 놓자 그 순간 또 기발한 작전이 떠올랐습니다.


'이거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면 입덧에 신경을 덜 쓰지 않을까?'


읽으려고 손에 들고 있던 성경책을 놓고서는 반대쪽으로 홱 돌아누웠습니다. 입덧에 지쳐 힘이 없던 우리 마님, 순간적으로 저를 덥썩 안더니 이렇게 말합니다.


"여보. 삐졌어? 아잉..."

"남편으로 나를 존중한다면 내 머리카락 쥐고 그렇게 행동할 수 없어!"


제가 조금 강하게 나가자 정말 삐졌다고 여기고 걱정스러웠는지 우리 마님 행동이 조신해졌습니다.


"남편이니까 그런 행동을 하지, 내가 누구한테 그러겠어. 아잉.."


우헤헤헤헤. 아싸, 더 이상 입덧에 신경 안 쓰게 하는 작전 성공!!

그 이후에 마님은 제 배를 베개 삼아 조용히 누워서 고른 숨을 내쉬었습니다.


어때요? 머리 한번 잘 쓰면 가정에 평화가 옵니다.


그러니 가끔은 마님한테 머리카락 한번 잡혀서 휘둘려지고(?),

잘 판단하여 현명하게 상황을 반전 시키세요!


제가 오늘 말씀 드리고자 하는 부제에는 위와 같은 두가지 뜻이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머리를 잘 쓰라고 했다고 자기 마님한테 헤딩하면 엄청 곤란, 대략난감합니다. 그때는 혹시라도 저 아는 체 하지 마시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라고 광고하도록 하세요.-.-


그리고...

설마, 내일 날이 밝아 마님이 이 글을 읽고 나서 저보고 뻥쳤다고 혼내지는 않겠죠? 어이 마님. 혼내면 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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