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점심을 먹기 위해 좀 먼 길을 걸었다.
회사에서 삼성 본관까지 걸어갔으니 꽤나 걸은 게다.
오직 좀 더 맛있는 '순대국밥'을 먹기 위해서.

사실 사람은 먹어야 사는 존재고, 인상 삼락 중 하나가 식도락이 아니던가.
천장이 조금 낮은 이층으로 안내되어 순대국밥을 먹기 시작했다.
옆에 있는 들깨 단지에서 들깨를 숟가락으로 듬뿍 떠서.

순대국밥 그릇이 서서히 비어갈 무렵,
다른 사람들은 모두 다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고 기다리는 것이 보였다.
그래서 얼른 먹기 위해서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려는 순간!

대각선 방향에 앉아 있던 조현상 연구원인지 정택헌 연구원인지 기억은 안나지만....
아무튼 손가락으로 들깨 단지를 가리키더니
'이게 나와서 기어 다녀요.'라고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 친구야, 그럴 때는 시끄럽게 난리치며 말했어야지!)

뭔가 싶었다.
그래서 들깨 그릇을 치우고 들여다 보았다. 자세히.
우리의 늠름한 구더기님께서 식탁 한쪽을 꼬물꼬물 기어가고 있었다.
아주 힘차게. 열심히.-.-

순간 열심히 먹으려고 떠 놨던 앞접시에 있는 순대국밥이 개밥으로 보였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이미 먹어버린 음식들은.
그나마 다른 사람들은 바닥까지 싹싹 긁어 먹었는데 난 30% 정도는 남겼다는 걸 위안삼아야지.

하지만, 이대로 물러날쏘냐!
그래서 건강하고 튼실한 구더기님과 가게 간판을 찍어서 트위터, 페이스북에 올렸다.
뭐, 내가 워낙에 인기가 없으니 가게에 손해는 안 날 것이다.

다른 테이블에서 먹던 사람들은 맛있게 순대국밥을 먹고 있는데....
우린 순전히 그들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 아무 말 않고 그냥 나왔다.

아마 내가 강남에 있는 한, 다시 저 가게에 가서 순대국밥을 먹을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이렇게 한가지 추억이라면 추억을 남긴 구더기님의 만수무강을!

젠장....-.ㅠ
받은 트랙백이 없고,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트랙백 RSS :: http://www.yongbi.net/rss/response/318

트랙백 주소 :: http://www.yongbi.net/trackback/318

트랙백 RSS :: http://www.yongbi.net/rss/trackback/318

댓글을 달아 주세요

댓글 RSS 주소 : http://www.yongbi.net/rss/comment/318
[로그인][오픈아이디란?]
오픈아이디로만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